은하수의 소설(Original)/Mutation-Kimera(리메이크)

Mutation - Kimera : 제 6 각성 ⑥

★은하수★ 2010. 3. 30. 17:00

이 다음에 밀리엄이 시아의 호출을 받고 집무실로 나타났음은 당연한 순서다. 솔리에게 제대로 혼구멍이 난 흔적이 보였다. 완전히 죄인처럼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게다가 머리와 어깨에서 버섯 이상의 것이 피어올랐다. 곰팡이였다.

“얼씨구. 이젠 곰팡이까지 재배해? 재주도 좋아.”

시아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 젖히고 오른 다리를 왼 다리 위로 꼬아 올렸다. 두 팔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민에게서 찻잔과 받침을 건네받았다.

붉은 나비 무늬가 작게 그려져 있는 검은 티세트. 길드 창설 기념으로 적룡왕이 시아에게 선물해 준, 시아 전용 티세트였다. 그 외에는 흰 바탕에 청색 혹은 자색 모란 무늬였다. 원래는 민무늬 청자였는데 실러와 케른의 과도한 장난으로 4쌍 1세트가 모조리 깨져버렸다. 그래서 오늘 새로 장만했는데, 그 첫 손님이 곰팡이 핀 하이 엘프였다.

탁자 위에 밀리엄 몫의 차가 준비 되었는데, 밀리엄은 앉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시아 앞에 서서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시아가 차를 다 마시길 기다렸고, 시아는 그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집무실에서는 호흡 소리, 시계 소리, 그리고 시아가 차를 마시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달각]

시아는 민이 들고 있는 쟁반 위로 찻잔을 내려놨다. 그리고 자기 외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민을 집무실 구석의 싱크대로 보내고 나서 밀리엄을 빤-히 쳐다봤다. 이젠 곰팡이 사이에서 버섯도 보였다.

“보-스-. 그렇게 보지 마. 무서워. ……. 말 할게. 말 한다구.”

밀리엄에게 붙어있는 곰팡이와 버섯도 그와 같이 바들바들 떨었다.

“에-. 원래 스승님과 같이 금룡왕의 900세 생일 연회에 참석했었어.”

엘더가 은룡왕이고 밀리엄이 엘더의 애제자니, 금룡왕의 생일을 축하하러 성대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했다. 되레 참석하지 않는 것이 실례였다. 엘더가 용왕 중 한 명이고 금룡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지만, 900세 금룡왕에 비하면 약 470세 엘더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절대 불참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드래곤 슬레이어 수 명이 연회장을 습격했어. 바로 알아봤어. 내가 처음 솔리를 만나던 날, 솔리를 학대하던 뱀파이어들이었거든.”

“소문의 심포니엄 자작가? 아, 그래, 대대로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이야. 하지만 적룡왕에게 된통 당한 후로 그쪽 일에서 손 털었다던데.”

“손 털기는. 아주 능숙하게 움직이던걸. 단숨에 성룡 둘을 죽였어. 본보기로 말이지.”

밀리엄은 그 때를 생각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동시에 곰팡이와 버섯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것들은 밀리엄의 분노 실린 마력에 삽시간에 타들어갔다.

“어, 잠깐.”

시아가 미간을 좁혔다.

“솔리를 학대하던 자들 말이야. 강족이 백룡왕의 힘을 빌려서 심포니엄 자작가처럼 모습을 바꾸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자들이잖아. 실제로 심포니엄 자작가는 강족에게 학대당하던 솔리를 데려다 안전하게 키워줬고. 강족은 개뿔 자랑스러운 순혈 집안에서 혼혈이 태어났다며 오점을 없애야 한다는 명분으로 솔리를 납치해서 학대를 다시 했지. 그것도 심포니엄 자작가의 모습으로. 그 후 네 손에 구해진 솔리가 강족 모르게 심포니엄 자작가로 돌아가서 키메라가 되고, 심포니엄 자작가가 뒤집어 쓴 아동 학대 오명을 벗겨줬잖아.”

벌써 15년 된 일이었다. 솔리는 태어날 때부터 키메라가 된 7살 그 날까지 친족 족에게 극심한 학대를 당했다. 일족을 배신하고 숨어 살다가 물의 정령 운디네와 결혼한 솔리의 부친은, 솔리가 태어난 직후 거처를 들켜서 친족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솔리의 모친은 자신과 혼인한 남자가 잔혹한 헌터 가문의 인간이고, 딸이 그 피를 가졌다는 환멸감 때문에 미련 없이 솔리를 버렸다. 강족은 일족 내에 배신은 없어야 하며, 키메라는 고사하고 혼혈조차 없어야 한다는 규칙을 강하게 다잡기 위해서 본보기로 솔리를 학대했다. 그냥 죽이는 것보다 학대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야 일족의 위엄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믿은 것이다.

솔리가 6살이던 어느 날, 숲 속에서 훈련장 청소를 하는 중에 실수로 솔아의 창에 흠집을 냈다. 솔아는 모른 척 지나갔지만, 솔아의 모친이자 솔리의 고모 되는 여자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솔리를 흠씬 두들겼다. 더러운 혼혈에게 순혈의 물건을 만질 수 있게 해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물건을 망가트렸다. 배은망덕한 것은 그 은혜를 깨우칠 때까지 맞아야 한다. 솔리와 동갑인 솔아는 모친이 무서워서 나무 뒤에 숨어 울었다. 그러나 모친은 창에 흠집이 생긴 것이 서러워서 우는 거라 생각하고 솔리를 더 세게 때렸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지나가던 뱀파이어가 솔아 모친의 팔을 붙잡았다. 솔리는 멍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기절한 상태였다.

“인간이 정령에게 손대다니, 제정신입니까?”

“정-령-? 저 더러운 혼혈이 어딜 봐서…….”

“그 썩은 입 다물라.”

솔리를 구해준 뱀파이어는 혼자가 아니었다. 중년 외모의 뱀파이어가 솔리를 안아 들고서 솔아의 모친을 매섭게 노려봤다. 솔아의 모친은 헌터 가문의 현역 헌터로서 긍지를 지키고자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 집안의 일입니다. 그 배은망덕한 년을 제게 주시죠.”

“한낱 미천한 인간이 정령의 아이에게 손대는 것을 가만히 볼쏘냐.”

두 뱀파이어는 솔리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들이 심포니엄 자작가의 일원이었다.

솔리는 자작의 막내딸로 자작가에 이름이 올라갔다. 뱀파이어의 피조차 한 방울도 흐르지 않지만 심포니엄 자작가에게 있어 가족이란 피와 무관한 거시었다. 안 그래도 솔리의 바로 위 오라비가 하프 드래곤이었다. 당시 10살이라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키메라 의식을 치르고 하프 드래곤-뱀파이어 키메라가 됐다. 솔리는 그 의식을 보면서 자신도 10살이 되면 키메라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난생 처음 가족과 일족 안에서 충분히 애정을 받고 있지만, 그들과 더 깊은 동포애를 갖고 싶었다. 키메라가 아무리 세계 전체에서 멸시받는다 해도 심포니엄 자작가와 더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다면 그 정도 멸시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심포니엄 자작가는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으로서 솔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공통 마법은 기본이고, 솔리를 위해 종족 마법이 담긴 책을 구해줬으며 개인 교사도 붙였다. 그리고 솔리에게 가장 적당한 무기를 골라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훈련 시켰다. 솔리의 포비아(채찍)는 그 때부터 쓰던 것이다. 그녀가 학대 받으며 자랐어도 헌터 가문의 피가 흐르고 보고 들은 것이 많아서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솔리야.”

자작의 네 아이들 중에 둘째(첫째와 둘째는 친자식이다)와 막내 솔리는 늘 붙어 다녔다. 하지만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솔리와 사이가 좋다면 맏이와 바로 위 오라비였다.

“무슨 일이야? 징그럽게 시리.”

“에이-. 오빠가 오랜만에 목마 태워주는 것도 싫어?”

“전에도 태워줬다가 연못에 던져버렸잖아.”

“남매간의 애정표현이야. 애정표현.”

“웃으면서 말하지 마. 속 울렁거려.”

솔리는 둘째의 어깨 위에서 헛구역질을 했다. 둘째는 솔리의 다리를 꽉 잡더니 빠른 속도로 제자리 돌기를 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더니 결국 둘이 같이 연못에 빠져버렸다.

“푸-. 이게 뭐야.”

“계산착오.”

[촥-]

솔리는 그의 태연한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마법으로 물을 확 끼얹었다. 그리고 잽싸게 물속으로 숨어들었다. 하프 운디네인 만큼 물과 친화력이 높았다. 둘째는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물을 턴 후에 솔리를 찾으려고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릴?”

“아, 누나.”

“사야 언니다.”

“솔리, 찾았-다!”

둘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솔리를 붙잡았다. 둘은 맏이가 손 내밀어 꺼내줄 때까지 연못에서 한참을 투닥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나란히 감기에 걸렸다.

행복한 시간은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순혈에 대한 집착이 강한 강족은 솔리가 심부름 때문에 홀로 밖으로 나간 사이에 그녀를 납치했다. 마침 심포니엄 자작가와 악감정이 많은 백룡왕이 강족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강족은 솔리에게 있는 행복한 기억을 깨트리고, 백룡왕은 심포니엄 자작가의 명예를 깨트리기 위해 악질적인 일을 감행했다. 백룡왕의 마법으로 강족의 모습을 심포니엄 자작가처럼 바꾸고, 강족은 그대로 솔리를 학대한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제 3자 중에 목격자가 생기도록 공개적으로 솔리를 괴롭혔다.

심포니엄 자작가가 오명으로 더럽혀 갈 때, 백룡왕이 연회를 열었다. 솔리는 그곳에서 심부름을 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어떤 분들인데 이런 더러운 그릇을 내놔?”

강족은 일부러 트집을 잡고 매질을 시작했다. 그 자리의 모든 드래곤은 이것이 재미없고 더러운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포니엄 자작가가 솔리를 학대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은 강족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백룡왕은 강족을 보며 바보들이라고 중얼거렸다. 머리 좋고 실력 좋은 헌터 가문은 몇 년 간 쌓은 나쁜 습관 때문에 바로 진실을 들켜 버렸다.

“비켜. 저리 비키라고.”

밀리엄이 강족을 헤집고 솔리에게 다가갔다. 심포니엄 일원에게 발견될 때와는 다르게 눈빛이 살아 있었다. 얼마든지 괴롭혀라. 다 받아주마. 밀리엄은 그 눈빛에 꼬마 솔리에게 반했다.

“손님은 상관 마시고…….

“하이 엘프에게 손대는 그대. 인간 주제에 무례하군.”

강족은 밀리엄이 키메라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았으면 은룡왕의 제자건 상관없이 홀대했을 것이다.

“너, 정령의 아이구나. 잘 됐다. 여기서 드래곤이 아닌 건 나 하나라서 심심했는데.”

다 큰 청년이 작은 소녀에게 자신과 놀아달라고 응석을 부렸다. 솔리는 강족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밀리엄을 따라 나섰다. 솔아의 모친이 솔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엘더가 가로막았다. 고룡을 제치고 성룡이 되자마자 용왕으로 오른 자. 고작 인간이 그 위엄을 거스를 수 없었다.

“백룡왕. 그대 재밌는 일을 꾸미고 있군. 심포니엄 가문이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이지만 긍지 높고 순수한 자들. 드래곤의 적이지만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자들. 그대는 어찌하여 이런 더러운 일을 꾸미는 겐가?”

엘더가 백룡왕을 다그치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적룡왕의 고함 소리가 산 너머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래도 백룡왕은 좀 혼나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적룡왕의 아들들을 늦게 데리러 갔다. 다른 드래곤들도 엘더와 같은 생각이었다.

솔리와 밀리엄은 강족의 땅 밖으로 나갔다. 솔리는 산 아래 강에서 수영을 하며 몸에 묻은 먼지와 피를 씻어내고, 마음속에 쌓인 것들을 흘려보냈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극상의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난 밀리엄 브롤. 아가씨, 이름은?”

“솔리.”

“그냥 솔리?”

대답하지 못했다. 어린 솔리는 친부의 성을 써야할 지 양부의 성을 써야할 지 결정할 수 없었다. 양쪽에서 다 버림받은 기분이 들어서 그 어느 성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양부가 자길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암만 어려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실은 심포니엄 자작가에서 지낼 때처럼 그곳의 성을 쓰고 싶었다.

“강족의 성을 쓰고 싶지 않겠지. 나라도 그럴 거야.”

밀리엄은 솔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심포니엄.”

“응?”

아주 작은 목소리가 밀리엄의 귀를 끌어당겼다.

“아빠도, 엄마도, 사야 언니도, 릴 오빠도, 휀 오빠도 모두 심포니엄이야.”

밀리엄은 솔리가 심포니엄 자작가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녀가 실제로 심포니엄가에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 강족의 행동이나 백룡왕이 강족과 같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대강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린 소녀를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푸른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이 아름다움이 인간들 속에서 더렵혀지는 건 슬픈 일이야. 하얀 피부에서 붉은 피가 나온다니. 정령의 아이가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그는 솔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마법으로 상처를 치려해줬다. 솔리는 심한 학대 때문에 타인을 믿는 마음이 극도로 줄어들었지만, 자신을 안아준 하이 엘프는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선인을 알아보는 정령의 감이었다.

솔리는 밀리엄의 도움으로 심포니엄 자작가에 돌아갈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자작은 솔리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강족과 전투가 일어나면 얼마든지 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백룡왕이 끼어들 것까지 생각해서 말이다. 심포니엄가 전원은 솔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의 온기. 솔리는 이것을 만끽하기 전에 자작에게 부탁했다. 지금 당장 키메라가 되고 싶다고. 그리고 강족에게 복수할 때까지 자신의 수모를 잊지 않기 위해 강족의 성을 쓰겠다고. 어린 소녀의 눈은 자작을 설득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솔리는, 바로 위 오라비처럼, 사정을 아는 공작가의 힘을 빌어 그 날 바로 키메라가 됐다. 그녀는 닥치는 대로 자신을 단련했다.

“그래서 ‘심포니엄이 아니라 강족이었다’고 말하려고 했지.”

밀리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백룡왕과 사이가 틀어졌다더니 드래곤 슬레이어를 육성한 모양이야. 실력이 제법이었어.”

“그래서?”

시아가 관심 있는 건 밀리엄과 솔리 사이에 있었던 일이지 금룡왕이 연 연회가 엉망이 된 일이 아니었다. 밀리엄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뜸을 들였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후에 이야기를 속행했다.

“그들 뒤에 길드 에덴이 있는 모양이야. 솔리가 살덩어리 때문에 현장에 나갔다가 살덩어리한테 명령하는 그들을 발견하고 바로 몰아붙인 모양이더라고. 그들이 연회장을 습격한 건 그저 우연, 아니 솔리의 작전.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혹시 네 실수로 다 몰아넣은 녀석들을 놓쳤다?”

“할 말 없어, 보스.”

시아는 솔리가 어찌 그리 화를 냈는지 이해했다. 솔리의 복수의 대상이자, 길드 에덴의 관련자. 솔리는 전자에 좀 더 치중했겠지만 후자라는 플러스 요소도 만만치 않은 터라 화를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뭐, 4천왕씩이나 돼서 적을 놓쳤으니, 솔리의 화가 쉽게 안 식었을 것이고, 당연히 밀리엄이 곰팡이라는 새로운 균을 재배한 것이리라. 밀리엄은 자기 자신이 한심해서 몸둘 바를 몰랐다.

“강족이 심포니엄가의 모습을 한 것도 에덴의 솜씬가? 나 참. 그 강족이 길드랑 손 잡다니.”

보스는 이미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제 3천왕을 혼내지 않았다. 솔리가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크루세이더가 다시 본격적으로 움직이는데, 에덴 쪽도 해결이 안 됐고. 우리 애들은 몸이 하나씩 밖에 없는데, 부르는 곳은 많고. 환장하겠네.”

“강족이 에덴하고 같이 움직이면 키메라 말살 작전이 더 심해지겠는데요?”

“그래서 에덴 건에서 더더욱 손 못 떼겠어.”

시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의자를 한 바퀴 돌렸다. 순간 자신이 사서 고생하나 싶었다.

“쿨-하게 어덴 건에서 손 뗄까?”

“솔리가 가만 안 있을 걸요?”

“나도 동감이야, 보스.”

“하긴. 강족을 처단할 건수가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집무실 안의 세 키메라는 솔리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시아는 오른손 검지에 동그란 노란 빛을 만들더니 하공에 글씨를 하나씩 써나갔다. 키메라 말살, 알프레드 파트만, 가루다 왕족, 펜타곤. 지금 닥친 일들이었다. 더 심화될 뿐 해결책이 보이는 건 없었다.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할 지, 누구를 어디에 보내야 할 지 계산하기 쉽지 않았다.

“하나 더 있어요.”

민은 빛 글자를 손으로 흩트리며 지웠다. 그리고 웃으면서 표가 그려진 종이 한 장을 시아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