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100년 후 기사의 검은 누구를 향하는가 -상편

★은하수★ 2024. 2. 24. 14:46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쟈크시즈 브레이크와 샤론 레인즈워스[브레샤론] 커플링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샤론은 레임과 결혼했지만, 그래도 저는 브레샤론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구요.

3. 원작 완결 이후, 100의 순례를 거쳐 환생한 그들의 IF / After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사는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 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오랜만에 판도라하츠 팬소설을 쓰는 터라 일단 간단하게 단편으로 워밍업을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길어졌어요. /하편으로 나눠서 나갑니다.


 

 - 상편

 

 

"미안하다, ‘---‘."

"난 그를 죽일 수 없어요."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쟈크시즈는 철이 들 무렵부터 머릿속의 안개처럼 웅얼거리는 여러 가지 말로 혼란을 겪었다. 그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거나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정신병을 앓는다고 여겼다.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태어나 앞으로 가망이 없다고 일찍이 제 아들의 양육을 포기해 버렸다.

 

[ 쟈크시즈 브레이크. 성별 남자. 나이 9. 신장 129cm 체중 30kg ]

 

누가 봐도 말끔할 정도로 정상적인 가정집에서 방치라고 하는 폭력으로부터 구조당한 날의 기록이다. 부모가 어린 소년을 홀로 집에 남겨두고 67일의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이웃 주민이 알아차리고 사회복지기관에 신고를 한 덕분에 쟈크시즈는 무성의한 방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뭐야, 브레이크잖아."

 "… 쟈크시즈 브레이크에요."

 ", 어떻게 이름도 같지?"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고 들어선 사회복지기관에서 새로 소개받은 또 다른 모르는 사람이 어른 답지 않게 명랑한 표정을 지으며 쟈크시즈를 반겨줬다. 그리고 아주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과하게 허물없는 모습으로 대했다.

 쟈크시즈는 그와 짧은 인사를 나눈 직후 스스로에게 놀랐다. 타인에 대해 경계심이 높으면서, 그 사람은 보자마자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었다.

 

 "난 그를 죽일 수 없어요."

 

 다시금 머릿속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만!!"

 

 쟈크시즈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부여잡았다.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쟈크시즈는 완벽하게 혼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곁에 있었다. 또래보다 왜소한 소년을 품에 안아주는 어른이 있었다.

 

 [포옥]

 "브레이크. 100의 순례를 어설프게 탔다더니, 옛날 기억이아픈 기억만 어설프게 남아있구나."

 ", 나안, 아무도 죽이지 않아요. 난 사람을 죽이는 건 안 해요."

 ". 맞아. 지금의 브레이크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 그리고 아무도 죽이지 않을 거야."

 

 쟈크시즈는 순간적으로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아는 척 하던 담당이 낮게 깐 목소리로 무언가의 경고를 하듯이 무겁게 내뱉은 말이,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담당은 쟈크시즈에게서 떨어지자마자 목소리와 다르게 해맑게 웃어보였다.

 

 "내가 누군지 아직 소개 안 했지?"

 "…."

 "하지만 작은 도련님은 내가 누군지 알지?"

 "?"

 "어라?"

 

 담당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30도 각도로 기울이며 쟈크시즈를 의아하게 응시했다. 그 때 시원한 타격음이 울리면서 담당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 도도하게 걸어오면서 긴 흑발이 휘날릴 정도로 강렬한 스윙으로 그 담당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아직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는데 괴롭힐 거야?"

 "크으~ 앨리스. 이건 너무 아프잖아."

 "당연히 아프라고 때리지."

 

 앨리스라고 불린 여성은 쟈크시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이 녀석은 오즈. 오즈 베델리우스. 나는 앨리스. 그냥 앨리스면 충분해. 많이 기다렸어, 쟈크시즈 브레이크."

 

 이름을 듣는 순간 쟈크시즈의 눈이 점점 커졌다.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수많은 말들 중 노이즈로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미안해요, 미안해요, ‘앨리스’."

 ", 그 앨리스는……"

 

 본인을 앨리스라고 소개했던 여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쟈크시즈 브레이크가 미안해하는 앨리스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반쪽일 테니. 100년도 더 전에 웃으면서 보내준, -래빗 오즈의 힘 덕분에 소망을 이룬 그녀일 테니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적어도 앨리스에게는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쟈크시즈 브레이크가 100의 순례에 들어가기 전, 그 격전의 시대에 아직 살아 있을 때, 유일하게 어비스의 의지의 소망을 듣고 그에 걸맞은 체인(매드해터)을 받은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쟈크시즈다. 쟈크 베델리우스도 앨리스의 진정한 소망을 모르고 왜곡된 이기심으로 앨리스를 괴롭혔다면, 매드해터를 받은 쟈크시즈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이고, 그가 오즈와 비-래빗 앨리스를 만나면서 간접적으로 그녀의 소망을 이룬 셈이니.

 

"더 이상 어비스의 의지로 있고 싶지 않아. 날 부숴줘. 그리고 나를, 그 아이를, 앨리스를 구해줘."

 

 이 소원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지금을 살고 있는 앨리스는 이제 없는 그녀의 반쪽이 웃으면서 사라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매드해터와 비-래빗이 모두 어비스와 직접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체인이었던 건, 어비스에 묶여 있던 앨리스가 그만큼 강하게 바랐기 때문이라는 걸, 지금 살아 있는 이들-오즈, 앨리스-은 가슴 시리도록 잘 알고 있었다.

 

 ", , , 앨리스, 울지 마요. 내가 미안해요."

 

 이제는 자신보다 어린 쟈크시즈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더 놀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의심할 것도 없이 오즈가 사악하게 놀려먹을 테니 앨리스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과거에 길버트가 하던 일을 이제는 자신도 해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이미 오즈가 옆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기에 빠르게 수습했다.

 

 ", 꼬맹이. 미안해 한다면 빨리 구해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이 미안해 해야지. , 모두 기다리고 있어. 가서 인사하자."

 

 앨리스는 쟈크시즈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앨리스가 체구가 작아도 어른은 어른. 아직 한참 꼬맹이인 쟈크시즈의 발걸음에 맞춰줘야 했다.

 

 "뭐야, 앨리스. 혼자서만 좋은 어른이잖아."

 "내가 200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길버트가 옳다는 거야."

 "그거야 길버트는 영원불명 내 시종이니까 내 뒤치닥거리를…"

 "지금 네놈 뒤치닥거리를 하는 나도 네 시종이야?"

 

 앨리스가 쟈크시즈의 눈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오즈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오즈는 눈이 그믐달처럼 휘어지도록 살풋 웃으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쟈크시즈는 앨리스에게 이끌려 어린 아이들이 모여 있는 놀이방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 간에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이 쟈크시즈를 자극했다.

 

 "미안하다, ‘앨리스‘."

 "난 그를 죽일 수 없어요."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머릿속에 계속되는 말들이 이제는 가슴으로 전해져 심장을 아프게 했다.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나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 만났지만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생님. 누구에요?"

 

 옷을 반듯하게 입은 갈색 머리의 소년이 앨리스에게 도다다닥 달려왔다.

 

 "이제부터 여기에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재미있게 놀 새로운 친구야."

 

 오즈가 그 소년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겉모습과 다르게 적극적인 소년의 행동이 쟈크시즈의 경계심을 높일까봐 한 템포 낮출 필요가 있었다.

 

 "안녕. 나는 '레임 루넷'이야."

 

 오즈와 앨리스의 예상대로 쟈크시즈는 한 발짝 물러났다.

 

 "내가 더 키가 크니까 내가 형이고, 너가 동생 하면 되겠다."

 

 자신을 레임이라고 소개한 소년의 대담한 발언은 쟈크시즈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

 

 "난 아직도 그 날을 잊지 않았다고!"

 

 레임의 손에 들려 있던 맥주잔이 머리 위까지 솟았다가 탁자 위로 빠르게 내려왔다. 중간에 길버트가 막지 않았더라면 두껍고 무거운 맥주잔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깨졌을지도.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쟈크시즈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오징어 다리 하나를 질겅질겅 씹을 뿐이었다.

 

 "내가 형을 하는 게 그렇게 불만이었으면 말로 할 것이지,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쳐?"

 "저처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무서운 말을 하나요."

 "두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양심적으로 생각해봐."

 

 쟈크시즈는 레임의 말대로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어 가슴 위에 얹었다. 그리고 얄미우리만치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표정으로 여전히 오징어 다리를 길게 입에 물고 있었다.

 

 "제 양심이 말하길, 결백하다고 하네요."

 "- - - !"

 

 길버트는 벌써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두 꼬맹이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옆 테이블에 자리한 오즈와 앨리스도 성인이 되자마자 시설에서 독립하여 각자의 길을 건강하게 살고 있는 쟈크시즈와 레임이 그저 대견할 따름이었다. 아직까지도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 시끄러운 건 둘째 치고 말이다.

 

 [파챵!]

 

 아주 얇은 유리판이 깨지는 소리가 그들의 머릿속을 울렸다. 정확하게는 레임을 제외한 4-쟈크시즈, 오즈, 앨리스, 길버트-만 직감했다.

 근처에 100의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과거의 인연이 있다는 일종의 알람이었다.

 

 "브레이크?"

 

 레임은 갑자기 멍한 얼굴로 멈춘 쟈크시즈를 빤히 쳐다봤다.

 

 ", .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바보 같아서."

 "?"

 "너도 아직 어른은 아니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뭐야? 적어도 너보다는 어른스럽다고 자부한다고!"

 

 시답지 않은 일로 투닥거리는 모습은 구경꾼에게는 꽤 훌륭한 술안주였다.

 쟈크시즈는 눈은 레임을 보고 있어도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레임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지만, 쟈크시즈가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늘 보아왔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때는 길바닥 맨홀 뚜껑을 잘못 밟고 지하도로 뚝 떨어질 거라며 악담을 퍼부은 적도 있지만 이제는 쟈크시즈라고 하는 존재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고 가볍게 넘어갔다.

 

 - 선물이야.

 

 100의 순례 이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던 '어비스의 의지'가 툭 하니 가볍게 등을 치고 지나가듯이 쟈크시즈에게 말을 걸었다. 쟈크시즈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차마 표정으로 반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그 목소리가 어비스의 의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동공이 확장됐다.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입술을 움찔 거렸지만, 더 이상 어비스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가볍게 물결을 일으킨 4음절의 한 마디가 전부였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오즈 선생님."

 

 쟈크시즈는 이전의 기억을 거의 되찾았지만, 완연하게 100의 순례를 거쳐 전생의 기억을 일절 가지지 않은 레임 앞에서는 오즈를 향해 꼬박꼬박 호칭을 지켰다. 물론 그 반대 상황에서는 얄짤없이 존칭을 생략하고 이름만 불렀다.

 

 "왜에?"

 "술 부족하지 않으세요?"

 "그럴지도?"

 

 오즈가 빈잔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성실한 레임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다.

 

 "제가 가서 더 가져올게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던 터라, 레임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길버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레임을 보낸 건 아까 그거 때문이지? 신경 쓸 거…"

 "어비스의 의지가…"

 

 예상치 못한 이름에 오즈 일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한테 말을 걸었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할 텐데, 저한테 '선물이야'라고 분명하게 말을 걸었어."

 "브레이크. 어비스의 의지는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생각을 감으로 알아낼 수 있어. 우리한테 그게 언어로 받아들여지는 건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인 거고."

 

 앨리스가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살짝 목이 잠긴 듯 갈라진 듯 애매한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풀어내듯이 말했다. 오즈와 길버트는 앨리스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대로 브레이크는 무시하지 말라는 투로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거야 나도 알지."

 ", 당연히 알겠지. 그런데 선물이라니, 그 어비스의 의지가 주는 것 중에 좋았던 건 딱히 없었는데."

 

 오즈는 쟈크시즈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표정을 펴줬다.

 

 "너무 산뜻한 말투라서 믿을 뻔했어."

 

 쟈크시즈의 미간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주름 생기면 빨리 늙어요."

 "지금 그게 중요해?"

 

 쟈크시즈는 팔을 휘휘 저으며 오즈의 손을 거부했다.

 앨리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까 전의 감각이면 같은 술집 안에 아는 사람, 알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길버트 역시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한 사람 한사람 신중하게 관찰했다.

 

 "우리는 탐정이 아니란 말이지. 어비스의 의지가 말하는 걸 곧이 곧대로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빈 술잔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문지르며 그 어느 것에도 관심 없다는 표정. 지나가던 꼬마들이 그 얼굴을 본다면 앨리스나 길버트에게 달려가 오즈 선생님이 화났어요 라고 울먹이며 도움을 청하는 그 싸늘하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쟈크시즈는 평소 같았으면 자신도 무시했을 것을, 이번에는 달랐다. 100의 순례를 마치고 다시 생을 이어가게 되면서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어비스의 의지가 룰을 깨고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찝찝하다는 감정과는 달랐다. 적절한 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 스스로가 느끼는 이 감정에 딱 맞는 형용사가, 관용어구가 분명 있을 것이다.

 

 애가 닳다.

 

 "그렇구나. , 지금 초조하구나."

 

 쟈크시즈는 자신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이럴 때면 예전 생에서나 지금 생에서나 자신의 직감이 잘 맞다는 것을 알았다.

 

 "가까이에 있어."

 

 술을 가지고 오는 레임의 뒤로 시선이 꽂았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레임에게 약간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지나쳐 걸어갔다.

 

 "도와드릴게요."

 

 한 손에는 셀프바 반찬을 가득 얹은 쟁반을 들고, 다른 한 팔에는 맥주병을 가득 안고 있는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맥주병을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 고맙습니다."

 "가녀린 분에게 이런 험한 일을 다 하시고."

 "?"

 

 평소의 쟈크시즈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혀와 입술에 꿀 바른 말이 술술 나왔다. 그 여성은 때아닌 작업 멘트에 당황해서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쟈크시즈는 그녀의 태도와 자신을 보는 시선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알아보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오즈 일행이나 자신과 다르게, 레임처럼 100의 순례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무사히 거친 것이다. 이전의 기억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은 채 혼란 없이 새로운 삶을 사는 축복을 누리고 있었다.

 쟈크시즈는 가슴 속에 가지고 있던 응어리가 풀리면서도 새로운 응어리가 생겼다. 저번 생에서는 자신의 품 안에서 떨어트려야만 했던 그녀를 이번 생에서는 어떻게든 제 옆에만 두고 싶었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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