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하츠·크림슨셀/PH·CS 팬소설作

[브레샤론]100년 후 기사의 검은 누구를 향하는가 -하편

★은하수★ 2024. 3. 4. 02:03

1. 이것은 PandoraHearts(판도라하츠) 팬소설입니다.

2. 나름 쟈크시즈 브레이크와 샤론 레인즈워스[브레샤론] 커플링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샤론은 레임과 결혼했지만, 그래도 저는 브레샤론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구요.

3. 원작 완결 이후, 100의 순례를 거쳐 환생한 그들의 IF / After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사는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

4. 팬소설에는 너무나 실력이 미약한 저인지라 졸작이 싫다 하신 분은 ‘뒤로’ 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5. 오랜만에 판도라하츠 팬소설을 쓰는 터라 일단 간단하게 단편으로 워밍업을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길어졌어요. /하편으로 나눠서 나갑니다.


 

 - 하편

 

 100의 순례를 마치고 이번 생을 살고 있는 샤론과 마주친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녀가 행복하게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천천히 아프게 다가왔다.

 쟈크시즈는 취하지도 않은 술을 깨야겠다는 핑계로 술집 밖으로 나와 찬공기를 쐬었다.

 

 "미안하다, '앨리스'."

 "난 그를 죽일 수 없어요."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머릿속 울림은 죽는 그날까지 계속될 건지, 여전히 틈만 나면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애매하지만, 이제는 그 말들이 누구를 향한 말인지 알기에, 어릴 때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셰릴님, 샤론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죽이라고 했던 오즈도 제멋대로 잘 살고 있고요. 저걸 멀쩡하다, 정상이다고는 못하겠지만요."

 

 쟈크시즈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한 번 죽었지만, 다시 살고 있어. 그 때, 네 앞에서 볼썽 사납게 매달린 걸 후회하지는 않아."

 

 100년 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조용히 사그러질 때, 왜 그 순간에 샤론과 레임이 달려왔는지. 어떻게 그 순간에 맞춰서 올 수 있었는지. 어비스의 의지가 주는 마지막 배려였을까. 자신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하지만 본인들 앞에서는 절대로 말 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앨리스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했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릴 적에 저지른 일이니까 노카운트로 취급했다.

 

 "뭘 혼자 감성에 빠져 있어?"

 

 오즈가 기척도 없이 뒤에서 나타났다.

 

 "언제하아다시 단련하던가 해야지."

 "지금 시대에 검을 들고 설치면 잡혀간다."

 

 오즈는 쟈크시즈의 옆에 나란히 서서 담배를 꺼냈다. 평균 성인 남성보다 작은 키와 체구 때문에 여전히 미성년자로 오해받곤 하지만, 의외로 담배가 어울리는 그였다.

 쟈크시즈는 꿍꿍이 가득한 미소로 자신을 무장하고 다니는 오즈가 언제나 천상 소년처럼 살 줄 알았던 고정관념이 제대로 깨지던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이번 생에서 쟈크시즈와 레임이 성인이 되자마자 오즈가 해맑게 웃으며 '이제 너희도 가릴 거 없는 나이지?' 라고 말하는 동시에 겉옷 속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일련의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주머니에서 나와 입에 물린 그 물건이 담배라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10초 이상 시간이 걸렸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앨리스는 길버트에게서 사회생활을, 너는 담배를 배운 거냐고."

 

 쟈크시즈는 자신에게 담배 냄새가 옮겨 묻을까 오즈에게서 두 발짝 떨어졌다.

 

 "에헤이~. 선생님 상처받아요."

 "퍽이나."

 "나니까 상처 안 받지, 길버트면 100% 상처 받는다?"

 "그게 놀리는 맛이 있지."

 "맞아."

 

 두 사람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모두의 동네북으로 당하고 사는 길버트를 향해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번뜩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샤론양, 여전히 미인이던데?"

 

 오즈도 그새 100의 순례를 마치고 현재를 살고 있는 샤론을 본 모양새였다. 그리고 샤론을 떠올리는 그의 표정이 제법 부드러웠다. 눈매가 편안하게 휘어지고, 항상 거짓 미소로 무장하던 입가도 드물게 진심으로 자연스러웠다.

 

 "그게 중요해?"

 "아니. '지금'을 잘 살고 있는 게 중요하지."

 

 오즈는 쟈크시즈의 핀잔을 가볍게 넘겼다.

 

 "그래서? 이번에도 샤론 양을 위해서 살 거야?"

 "내가 언제 아가씨를 위해서 살았다고 그래?"

 "이미 호칭에서부터?"

 

 쟈크시즈는 순간적으로 제 입을 가렸다.

 

 "'아가씨'라고 부른 시간보다 이름을 부른 시간이 훨씬 길 텐데 말이지?"

 

 오즈의 말이 맞다. '케빈 레그나드''쟈크시즈 브레이크'가 되던 날부터 레인즈워스 가의 꼬마 아가씨는 '샤론'이었고, 그녀가 에쿠우스와 계약하던 날부터 작은 샤론은 '아가씨'가 되었다. 가끔 '아가씨'가 철없는 행동을 하거나 실컷 놀리고 싶어질 때면 망설이지 않고 오빠로서 '샤론'이라 부를 정도로, 자신에게 있어 편한 호칭은 '아가씨'가 아니라 '샤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켜야 할 여동생이자 아가씨가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 자신은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허무하네."

 

 쟈크시즈가 툭 던진 한 마디에 오즈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듯이 짧게 웃었다.

 

 "우리가 레임을 찾았을 때 딱 그런 기분이었어."

 "기억을 가진 채 100의 순례를 마친 사람은 나 하나인 거야?"

 "아마 그렇겠지."

 

 오즈, 앨리스, 길버트는 100의 순례를 거치지 않은 채 신분을 바꿔가며 긴 세월을 계속 살고 있는 몸인 것에 비해, 다른 이들은 모두 100의 순례를 거쳤다. 하지만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어비스의 의지에게서 영향을 강하게 받은 쟈크시즈와 바스커빌의 백성들 정도였다.

 바스커빌의 백성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발견한 100년 전 인연은 총 3명이었다. 레임 루넷, 엘리엇 나이트레이, 그리고 샤론 레인즈워스. 이들은 모두 100의 순례를 거쳤고 과거의 기억을 지니지 않았다.

 

 "나도 다음에는 기억을 다 잊겠지?"

 "글쎄."

 

 오즈는 새침한 표정으로 두 어깨를 들썩였다.

 

 "이건 뭐 꿈도 희망도 없네."

 

 쟈크시즈는 그럴 줄 알았다며 씩 웃었다. 얼마 전에 만난 '로티'에게서도 똑같은 대답을 들었기에 체념조차 들지 않았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운동으로 풀어내는 건 좋지. .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곳 소개시켜줄까?"

 ". '리오'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 하나겠지."

 "깜짝 선물이었는데 그렇게 빨리 눈치 채면 이 선생님 섭섭해요!"

 

 쟈크시즈는 오즈가 있는 오른쪽의 귀를 막으며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오즈는 다 피운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거칠게 쑤셔 넣고는 찰크닥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속 뚜껑을 닫았다.

 

 "누구 만났어?"

 "로티."

 "하아……"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깊은 한숨이었다.

 

 "뭐야? 로티가 왔었어?"

 

 어느새 계산을 마친 앨리스와 길버트가 밖으로 나왔다. 길버트의 왼쪽에는 술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레임이 있었다.

 과거에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술꾼이 현생에서는 주량이 미미할 대로 미미하다는 사실이 '레임'이 아닌 '레임'이라는 것을 또렷이 깨닫게 해줬다. 그가 있기에 지금이 현실이고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은 그저 과거라는 것을 헷갈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 근처에 왔으면 얼굴 좀 보일 것이지."

 

 길버트는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쟈크시즈는 레임의 반대쪽을 붙잡으며 같이 부축했다.

 

 "어제. 어제 마주쳤었어."

 ", 그래?"

 

 오즈의 한숨과 반대되는 가볍고 산뜻한 대답이었다.

 앨리스는 쟈크시즈의 얼굴을 차분히 쳐다보았다. 쟈크시즈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놀랐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쟈크시즈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하려던 말이 앨리스의 입에서 먼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다음에는 오즈에게 순서를 뺏겼다.

 

 "우리 쟈크시즈 군이 검을 휘두르고 싶으시대요."

 "그런 말 한 적 없어."

 "단련하고 싶다며."

 "오즈 군이 하도 기척 없이 돌아다녀서 감을 단련하고 싶은 것뿐이야."

 

 오즈와 쟈크시즈가 투닥 거리는 사이에서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한테 있어서 단련은 검술 밖에 없잖아."

 

 쟈크시즈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 오즈 일행에게 가볍게 화가 나는 것도 어찌할 수 없었다.

 

-----

 

 역시 속에 감정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여서 풀어내는 것이 최고의 정신수양이라는 사실을 하루도 빠짐없이 깨닫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바스커빌이 소유한 비밀 수련장에서 무거운 진검을 휘두르며 땀을 빼고 있으면, 매일 같이 오즈가 찾아와 응원을 빙자한 속 긁기를 거침없이 퍼부었다.

 쟈크시즈도 오즈 못지 않게 사람을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으로써, 자신이 그것을 당하고 있자니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보였다. 바스커빌 쪽에서 오즈의 출입을 막아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럴리가 있나.

 

 [!]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습니까?"

 

 팡이 휘두른 대검이 쟈크시즈의 얇은 검을 전력으로 후려쳤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명랑하게 울려 퍼졌지만 쟈크시즈의 손에서 검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몸을 단련하면서 다시금 100년 전, 아니 그 보다 더 전부터 기사로 살아온 이로써 반사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구사하게 되었다.

 

 "성가신 사람이 오늘도 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좀 울컥 해서 말이죠."

 

 바스커빌의 백성 중 한 명인 팡 역시 쟈크시즈처럼 100의 순례를 거치고 이번 생을 살고 있는 몸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바스커빌의 백성으로 살아온 만큼 어비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100의 순례를 거쳤을지라도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게 되었다.

 

 "오즈 씨하고 잘 맞는 듯 하면서도 안 맞단 말이죠."

 "제가 그 사람하고 잘 맞을 리가요."

 

 쟈크시즈와 팡은 검을 맞추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즈 씨를 이기기는 힘들지 않나요."

 "쬐끄만 주제에 참 간악해서 말이죠."

 ". 그 표현이 맞나요?"

 "설마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남의 속을 뒤집는 그 성격을 좋게 보는 건 아니겠죠?"

 

 로티나 빈센트라면 망설임 없이 쟈크시즈의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팡은 오즈의 '평범함'을 가장한 상냥한 모습만 부분적으로 접했던 터라 모두가 '오즈 베델리우스'에 대해서 치를 떠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팡 본인이 워낙 사람 좋은 쪽에 속하기에 모든 사람을 선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큰 탓도 있다.

 

 "샤론 님이 편하게 대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는 걸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죠."

 

 팡의 한 마디에 쟈크시즈가 검을 내리고 몸을 뒤로 뺐다. 팡도 자연스럽게 검을 내렸다.

 

 "지금 뭐라고오즈가 샤론에게 '간섭'하고 있나요?"

 "리온 님과 앨리스 님이 '괜찮다'고 판단한 선은 지키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쟈크시즈는 입술을 다문 채 턱에 힘을 주고 어금니를 깍 깨물었다. 샤론은 시설에서 자란 레임이나 엘리엇과는 경우가 달랐다. 부모와 많은 가족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굳이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남들만큼 살고 있다.

 침착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학생의 능력이 되면 학비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장학 제도야 얼마든지 있다. 아마 그런 명목으로 샤론에게 간접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그래도 탐탁지 않았다.

 

 "내 탓인가."

 

 한 번. 샤론의 흔적을 찾다가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 근처에서 본의 아니게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어떠한 경계심 없이 길버트에게 말하는 것을 오즈와 앨리스도 듣게 되었다.

 조용히 멀리서 얼굴만 볼 생각이었다고, 예전에 술집에서처럼 어설픈 헌팅인 것 마냥 말을 걸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담백하게 변명을 했지만, 역시 소용없었나 보다. 참견쟁이 오즈가 움직이고 말았다. 그리고 앨리스가 내버려두고 있다니, 내가 싫다고 말해도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샤론 님의 기억은 이미 그 영혼에도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레임 님과 엘리엇 님만 봐도 알잖아요. 우리가 오랜 시간을 곁에서 맴돌아도 아무 문제 없었잖습니까."

 

 팡의 말에 틀린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니, 아니다.

 쟈크시즈는 그저 혹시라도 샤론이 누군가와 만난다면 자신이기를 바라고, 극히 드문 확률을 극복하고 100년 전을 기억하게 된다면 오로지 자신을 통해서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지 않겠는가.

 

 "시끄러운 사람이 오기 전에 가볼게요."

 "오늘은 얼굴만 보지 말구요."

 

 속을 제대로 찔렸는지 쟈크시즈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미간은 찌푸리고 있었지만 입은 웃고 있었기에,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닐 것이리라.

 글쎄. 한 발짝 내딛으려는 마음에 설레고 있는 걸지도 모르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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